전문가 칼럼

핀펫(FinFET) 특허 소송에서 배우는 IP 전략은?

특허몬 2022.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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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 텍사스 동부지법 배심원단은 삼성전자가 KAIST의 핀펫(FinFET) 특허권을 고의적으로 침해했다고 판단하고 KAIST 4억달러를 배상할 것을 평결했다. 삼성전자는 1심 판결에서 최종 패소할 경우 즉각 항소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대학교수가 정부 지원으로 개발한 특허기술이 어떻게 국내 대기업과의 소송으로까지 번지게 된 것일까?

국내 대학이 보유한 특허기술들에 대한 저평가 분위기가 1차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번 사건은 KAIST의 지식재산권 관리 자회사인 카이스트 IP(KIP)가 지난 2016년 미국에서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벌크 핀펫기술은 이종호 교수가 원광대 재직 시절 KAIST와 함께 개발한 것으로 기존 평면 구조가 아닌 3차원 입체 구조로 설계된 더블-게이트 플래시 메모리 장치에 관한 발명이다. 삼성전자, 인텔, 애플 등 대부분의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들이 이 기술을 채택해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국내(KR 0458288) 2002년에, 미국(US 6,885,055)에서는 2004년에 각각 특허를 출원해 등록됐다. 현재는 KIP에 특허권이 양도돼 있다. 

핀펫(FinFET, Fin Field Effect Transistor) 공정 개념도 (출처: 삼성반도체이야기)

 

이종호 교수가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미국 등 해외 특허권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여러 대학과 기업에 경제적 지원을 요청했으나 번번히 거절당한 것은 관련 업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나마 우여곡절을 거쳐 KAIST와 일부 특허사업화 전문기업들이 ‘벌크 핀펫기술의 해외 특허권 확보에 운좋게(?) 투자하면서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그 결과, KIP 2012년에 인텔이 이 특허를 사용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의제기를 통해 약 100억원 가량의 사용료를 받았다. KIP는 삼성전자도 2015년 갤럭시S6 AP에 이 기술을 사용한 것으로 판단하고 로열티 논의를 진행했지만, 결렬 끝에 소송을 제기했다. 일부 언론들이 인텔은 100억 특허권을 지불하고 사용했는데 삼성은 한국내의 일개 교수의 특허쯤이야 하는 우월적 자세로 상대방을 얕보다가 호되게 당한 꼴이라는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핀펫 기술이 향후 수조원의 특허료 수입을 거둘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세계 반도체업계가 핀펫 기술을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어 소송이 확대되면 이 교수와 KIP측이 거둘 특허권 수익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긍정적인 측면이다. 하지만 특허 전문가들 사이에는 핀펫 기술 개발 후 지식재산권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예산과 지원으로 인해 강력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갖추지는 못한 것으로 보여 삼성, 퀄컴 등 특허소송에 강한 글로벌 플레이어들의 최종 방어막을 뚫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사건은 국내 대학발명이 잠재적으로 기업경영에 상당한 리스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작인 사례다. 그동안 국내 대학발명들은 그 아이디어가 충분한 시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발명자가 지나치게 자신의 발명을 과대평가하고 그 상업화의 가치를 무시하여 적절히 상업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기업들에게 큰 위협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들어 전문 IP펀드들도 생기고 상업화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면서 특허 활용도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향후 기업들이 이 같은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학발명에 대한 적절한 평가시스템을 갖추고 경쟁력 있는 특허를 발굴해 기업의 내부 자산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단순히 잠재적 위협을 방어하는 차원을 넘어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이처럼 특허를 기업 내부 자산화하려면 우량 발명을 엄선한 후, 유능한 전문가를 통해 이를 전략적 주요 국가에서 우량특허로 재창출해야만 한다. 대학내 우수한 발명이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는 원천특허로 전환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경우가 그 동안 얼마나 많았을 지는 아무도 모른다. 따라서 민간 부문의 유능한 특허 활용 전문가들이 발명가 집단인 대학과 손을 잡고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전향적, 전략적으로 기술이전 및 사업화를 추구할 경우 더 큰 수익을 창출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주상돈 IP타깃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