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아이디어 탈취 금지를 위한 부정경쟁방지법과 대응 전략

특허몬 2022.09.14
컬럼 메인 이미지


#지난 2017년, 특허청은 창업초기 기업인 ㈜이그니스가 먼저 개발한 상품을 모방해 제작·판매한 ㈜엄마사랑에게 해당상품의 생산·판매를 중지할 것을 시정권고 조치했다. 또 해당상품을 매입해 판매한 홈플러스에도 판매 중지할 것을 권고했다. 이그니스는랩노쉬라는 식사 대용식 상품을 개발, 판매했는데 이후 ㈜엄마사랑도 상품형태가 유사한 '식사에 반하다'라는 제품을 내놓았다. 특허청은 양 상품은 용기형태, 용기에 부착된 수축라벨 디자인, 분말형태인 내용물 등의 개별요소들 뿐만 아니라 이들 요소가 결합된 전체형태도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특허청은 엄마사랑의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에서 정한 상품형태를 모방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행정명령을 내린 것이다.  



[사진]기존 상품(좌측)을 모방해 판매가 중지된 이유식 제품.

 

이런 가운데 올해 7월 부정경쟁방지법이 개정되면서 상품행태 모방에 이어 '아이디어 탈취 행위'도 부정경쟁행위로 규정됐다. 따라서 특허청에 신고하면 조사관이 아이디어 탈취 여부에 대해 행정조사를 실시하며, 부정경쟁행위라고 인정될 경우 그 행위를 중지하는 등의 시정을 권고한다. 시정을 권고받은 당사자는 더 이상 제품을 생산하거나 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 소송과는 달리 별도의 비용을 지급할 필요도 없으며, 소송보다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사업제안, 입찰, 공모 등 거래교섭 및 거래과정에서 아이디어를 보호받기 어려운 개인은 물론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권리화 과정 없이도 무기를 가질 수 있으니 나쁠 게 없다. 하지만 특허제도와 달리 심사와 등록을 하지 않고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보호한다는 점에서, 보호대상과 요건에 대한 논쟁의 불씨가 남아있다. 또 법원이나 제3의 기관이 아닌 특허청이 아이디어 모방이나 탈취 여부를 직접 판단하는 것이 과연 옳은 가의 문제도 제기된다. 실제로 앞서 사례로 제시한 엄마사랑 상품모방 사건도 전문가들 사이에는 특허청이 모방 여부를 잘 못 판단했다는 의견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처럼 아이디어 보호에 따른 불확실성을 덜어주기 위해 특허청은 다양한 면책조항을 부여하고 있다. 첫째, 아이디어를 제공받을 당시 이미 알고 있는 정보였다면 면책이 된다. 둘째, 본인은 몰랐지만 동종업계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는 정보인 경우에도 면책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동종업계에널리 알려진경우에만 면책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동종 업계에 소수의 사람이 알고 있었다는 것만으로 자동으로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디어를 제공받을 당시에 동종업계에서 널리 알려져서 아이디어로서의 참신성이나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운 경우에 한해서 면책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또 유념해야 할 사실은 면책사유는 아이디어를 제공받은 자가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무적으로 보면 대부분의 기업들이 시제품 생산을 위한 생산업체와의 교류, 고객 기업(투자자 포함) 또는 시장에 샘플링 및 기술자료 제공, 이해관계인과의 미팅 등에서 기술적 노하우를 포함한 아이디어가 무방비 상태에서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향후 분쟁을 사전에 대비하는 측면에서 아이디어를 제공하거나 제공받는 기업들 모두 내부적으로 엄격하고 체계적인 가이드라인(규정)을 설정하고 전사적인 실행이 필요하다.

실질적으로, 아이디어 보호는 대기업들이 중소기업과 공동 기술개발 또는 공동 사업 추진과정에서 중소기업 아이디어를 빼앗는 행태를 규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대기업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이미 유사한 사업상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는데, 중소기업으로부터 공동사업 및 기술개발에 관한 제안을 듣는 과정에서 오히려 자신들의 아이디어에 대해 중소기업이 권리를 주장하는 상황이 문제가 될 가능성도 높다. 이 같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으로부터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받기 전에 내부적으로 해당 내용에 관한 업무추진사항이 존재하는지 확인하고 중소기업이 전달하는 정보의 내용을 명확히 정의하는 프로세스를 마련해야 한다.

한편, 대기업 입찰과정에서 참가업체 입찰제안서가 발주처 담당자에 의해 경쟁입찰자에게 유출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특히 피해기업이 해당 사업분야에 선도적인 기술을 보유한 경우 후발사업자인 경쟁입찰자에 의해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데, 통상은 유출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아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아이디어 탈취에 관한 부정경쟁방지법 규정은 이러한 사례에도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 규정이 도입된지 얼마되지 않아 구체적인 실무 활용 사례는 향후 실제 판례의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상돈 IP타깃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