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가출원’ 제도.. 논문, 연구노트 등 제출 가능
지난 2018년, 국내 대기업 A사는 표준기술에 대한 특허를 신속하게 출원하기 위해 국제 표준화 회의에서 제출하는 기술서를 그대로 출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특허청에 문의했다. 그러나 특허청에서는 정해진 출원 서식에 따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를 허용할 수 없다고 회신했다. 이에 A사는 빠른 특허출원일 확보를 위해 미국의 가출원(Provisional Application)과 같이 형식에 제약이 없는 명세서를 제출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줄 것을 특허청에 요청했다.
국내에서도 연구개발 후 논문, 연구노트 등을 그대로 제출해 특허출원일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
특허청은 국내 기업이 특허를 빠르게 출원할 수 있도록, 기존의 명세서 서식에 따르지 않고 발명의 설명을 기재한 ‘임시 명세서’를 제출 할 수 있도록 특허법·실용신안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미국의 가출원 처럼 특허 또는 실용신안을 출원하면서 기존 서식에 따르지 않고 자유로운 형식의 임시 명세서를 제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임시 명세서를 제출한 상태로는 특허심사를 받지 못하므로 해당 발명에 대해 특허를 받으려면 출원일로부터 1년 이내에 우선권을 주장하며 다시 출원하여 임시 명세서를 제출한 날짜로 출원일을 인정받는 방법이 권장된다. 또는 임시 명세서를 제출한 날부터 1년 2개월 내에 정식 명세서를 다시 제출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미국은 가출원시 형식의 제약이 없는 명세서를 제출한 후 1년 이내에 정규출원으로 전환하면 앞선 출원일을 인정받을 수 있다. 실제로 국내 대기업 B사는 국제적으로 특허출원일을 빠르게 확보하기 위해 미국의 가출원 제도를 이용해 미국에 특허를 먼저 출원한 후, 이를 기초로 조약 우선권을 주장해 국내에 특허출원하는 전략을 사용한 바 있다. 특허협력조약(Patent Cooperation Treaty) 체약국가에 출원한 특허를 국내에 다시 출원하면서 조약우선권을 주장할 경우 최초 출원한 국가의 출원일을 인정받을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코로나 19로 선별 진료소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주차장이 좁아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 설치가 힘들자, 한 병원이 한 사람씩 걸어 들어와 검사받는 이른바 ‘워크 스루’ 진료소(양압식 검사기)를 도입했다. 이 곳에 적용된 양압식 검사기는 빠른 특허출원일 확보를 위해 이달 도입된 임시명세서 제도*를 통해 특허청에 출원된 상태다.
특허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발명을 출원한 사람에게 그 발명의 독점권을 주는 제도이므로, 기업들 간에 유사한 기술을 다른 기업보다 먼저 특허 출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나 기존에는 특허를 출원할 때 규정된 서식과 방법에 따라 작성된 명세서를 제출해야 했기 때문에, 논문 등의 연구결과를 명세서 형식으로 재작성하는 데에 시간이 걸려 신속한 출원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실제로 특허출원시 제출하는 명세서는 특허법 시행규칙 별지 제15호서식에 따르며(규칙 제21조제2항), 전자출원시 서식의 각 항목을 입력하지 않으면 제출이 불가능하다.
특허청은 이번 제도개선에 맞추어 임시 명세서로 제출할 수 있는 서류를 그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PDF, JPG 등 일반적인 전자파일이라면 모두 가능하도록 전자출원 시스템을 개선했다. 따라서 논문, 연구노트 등에 기재된 발명을 별도의 수정 작업 없이 그대로 제출할 수 있다.
이처럼 특허 명세서 제출 요건이 완화됨으로써 국내에서도 연구 결과를 바로 특허출원할 수 있게 되어, 산업계에서 이용이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